비누향 같은 사람

from 쓰다 2004/02/28 09:54

지름길로 출근을 하려면 대형 쇼핑몰을 지나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쇼핑몰은  커다란 유리문들로 몇 군데 블럭이 나뉘어지는데,
이상하게도 마지막 블럭에는 늘 좋은 향기가 납니다.
매번 아.. 좋은 향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아침 스쳐 올 때 문득 비누 향기와 흡사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가의 상품들,
그리고 그 곳을 끊임 없이 오고가는 엄청난 사람들..
입점한 상점들은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각종 방향제들을 쓰겠지요.
때론 지나칠 정도의 짙은 향 때문에 속이 메스껍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지나는 곳은  평범하면서도 과함이 없는  아주 소소한 향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 내의  지리적 입지를 고려해 볼 때 그 곳은 외곽이라 목이 좋은 상권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화려한 조명 아래 독한 향을 뿜어대는 번쩍번쩍한 중심가의 상점 보다 오히려  비누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그 길을 지날 때에 쇼윈도의 진열장을 더욱 관심있게 들여다 봅니다.
일종의 신뢰라고나 할까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겉모습으로 끊임없이 자기 과시를 하면서 지금 당장 매력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곧 질리게 마련입니다.  아주 독한 향수를 온 몸에 뿌린 채  쉴새 없이 잘난 체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곧 싫증나고 머리가 아프겠죠?
순간 아찔할 정도로 매력을 발산하는 독한 향수 같은 사람 보다는 아침 저녁 손발을 씻고 난 뒤의 그 상쾌함을 선물해 주는 평범한 비누향 같은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 봅니다.


2004/02/28 09:54 2004/02/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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