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설간(帳設間)

어떤 날 2008/01/15 09:50

나는 장설간(帳設間)이고 싶다.

장설은 잔치 음식이고, 장설간은 그 음식들을 내어가는 정짓간(부엌)이다.

늘 기름 냄새 진동하는 잔칫상을 턱하니 내어놓고 싶은 바람이라면 나의 억지스런 첫문장이 조금은 어여삐 보일까.


인생 전부를 통털어서 잔칫날이 몇 번이나 있으랴마는, 그래도 나는 그날들을 꿈꾼다.


어린 날 읽었던 소설 화수분... 그 가슴 아픈 사연들의 반어적 몸짓들이 오늘날 우리 모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나 또한 내가 처한 어지러움이 잔치음식을 끊임없이 내뱉는 장설간 그 푸짐한 단어적 의미만으로 위안을 받았음 하는 욕심에 이리도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질이 문제가 아니다.


어지러움과 조바심의 갖가지 어지러운 재료들을 자르고, 다지고, 진한 향신료 대신 아주 엷은 기본 양념으로 간을 친 다음 기름 두르고, 한 번 뒤집고, 두 번 뒤집고... 하여... 맛있는 음식으로 완성하길 바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예쁜 색깔의 겉재료로 고명을 얹어도 좋으리라. 시원한 수정과라도 함께 내놓는다면 나의 작은 몸은 어느새 공중을 떠다닐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언제나 풍성한 마음이고 싶은 것이다.  이웃 처녀 시집 가던 날의 그 잔칫상처럼 말이다. 그리고 쉬임 없이 맛난 음식들을 만들어 내는 그 장설간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내게로 밀려오는 수많은 다듬어지지 않은 혼돈의 원시 재료들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지금 자기방어 자세로 이 따위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아쒸... 쓰고보니...뭔말이랴..
한 사흘 내리 잠만 잤으면 좋겠네... 에잇   (# - -



-------------------------------------------- - 2004.04.20.

 내 손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또 그 사용이 불편해서 블로그란 것으로 갈아타고 있는 요즘 예전에 쓴 일기들을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처럼 공개된 주제로 지식을 나누고, 토론을 즐기는 그런 소통의 장소는 아니다. 그저 내 한 몸 쉬어가는 곳이라고나 할까. 일기 옮기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 글이 참 반갑다. 장설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던 나였다. 언제나 풍성하고 맛깔스럽게 모든 것들을 생산해 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다시금 장설간(帳設間)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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