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00원

from 쓰다 2004/05/17 02:55

지하철을 탔습니다.
어인 일로 자리가 있어 앉았습니다.
눈감고 음악들으며 한두정거장 가다가 슬쩍 눈을 떴는데,
건너편 바닥에 번쩍번쩍 눈부신 광채를 띠는 것이 있었으니...


뭘까...???


헛... 100원!!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건가... 나만 본 거야?
왜 하필 건너편이야.. 흠.. 저걸 주워 말어?
어디보자... 500원인가? 흠흠..


많은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혼자 이런저런 고뇌에 빠져 있으면서도 사람들 눈치를 보니
알면서도 소위 쪽팔려서 못 줍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돈이 떨어져 있는 걸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건너편에 앉은 내가 주워담으면 사람들이 흉볼까?
그래도,  돈인데...
만약 내가 주웠는데,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기 꺼라 우기면 어쩌지?
이런 망신이... 흠....


별 생각 다납니다....


앗, 찬스!!
동전 자리에 사람들이 우루루루 내립니다.
건너가서 앉어 말어?


잠시 고뇌하는 사이에... 왠 건장한 청년 덥썩 앉아버리는군요.
그리고 그 맞은편(제 옆자리)에도 친구인 듯한 녀석이...


그렇게 두 녀석 마주보고 앉아서 큰 소리로 수다를 떱니다.
정신사납게 말이죠... (저는 그때까지도 주워?말어? 고민중이었습니다)


하차할 정류장은 다가오고....


그래! 결심했어!!


내릴 때 줍고 내려버리자... 다시 안 볼 사람들인데 쪽팔려도 상관없어....
흔히들 말하지... 땅을 파봐라... 돈 10원이 나오나...
나는 100원을 공으루 얻는거야... 또 모르지 500원짜리 일지도... 그래.. 줍자..


목적지 도착... 비장한 각오로 주먹 불끈쥐고  일어난 나!!


아 그런데,
내 왼쪽 귀로 들어오는 한 남자의 짧은 외마디.....


"돈이다!"


내 옆자리 앉은 놈이 건너편 친구랑 얘기하다가 동전을 발견했나봅니다.
친구 놈은 두리번 거리더니 기어이 그 동전을 줍고 맙니다.
"어? 100원이네..."
이 놈 이 거, 땡잡았다는 표정으로 너무 해맑고 눈부시게 웃습니다.


일순간,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꼭 빈혈기 어지러움증 마냥  어질어질 휘청거리며 지하철 벽을 짚고 겨우 내렸습니다.


내린 다음, 순간 그 놈 뒤통수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되뇌였습니다.



'100원이었기 망정이지, 500원짜리였으면 어쩔 뻔 했어... 오늘 밤 내내 앓을 뻔 했네... 휴..'

2004/05/17 02:55 2004/05/17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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