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적추적 비가 참 많이 내리네요.. 개인적으로 비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별 시덥잖은 일상에 찌들어 가고 있는데, 비까지 내리니 원.. 이런 날엔 더욱 감정적이기 십상이죠.

저는 사람입니다. 로보트처럼 감정없이 시키는 일만 묵묵히 할 수는 없어요. 너무 기쁠 땐 실성한 사람마냥 헤벌레 웃기도 해야겠고, 짜증날 땐 혼자 괴롭기는 억울하니까 옆 사람에게 전염도 시켜야 합니다. 때로는 주위 시선 아랑곳 않고 펑펑 울기도 해야지요. 너무너무 슬프면 말이죠. 나로 비롯되어진 결과이든 외부로부터 받은 결과이든 간에요.

그럼 오늘의 내 감정을 올렸다내렸다 하는 것은 무엇이냐.

무언가에 책임을 갖아야 한다는 건 그것이 실제로 내게 별 무리를 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갑갑하고 구속되어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는 홧병까지 생기게 하지요.

우리는 책임을 질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꼭 집어 "이건 니 몫이야! 니가 꼭 해야해!"하고 누가 확인 사살까지 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할 수 많은 것들을 잘 알고 있죠. "내가 왜 그걸 해야 돼!" 하고 애써 부정하거나 내지는 "어이쿠 내 팔자야..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하고 마지못해 순응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당연히 받아들기도 합디다만.. 흠흠..

자, 우리는  평생 등에 업고 갈 이 짐(개인적인 것, 사회공익 측면의 것 등등)들을 인식하고 또 하루에 열 두번은 더 재확인을 하게 됩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소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여하튼 회사에서, 가정에서, 친구지간에 우리는 숱하게 많은 관계로 멍에와 굴레를 지게 됩니다. 좋은 쪽으로 풀리면 포근한 울타리가 되겠지만요.

음..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저는 소심하고 신경이 예민한 편인지라 크고 작은 이러한 책임감이 몹시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성정까지 매우 거칠죠. 아, 그러고보니 참 못 되먹은 형편이군요. 불쌍한 중생이여.

어찌되었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는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를 잡지 마세요. 뭐, 잡으실 분도 안계실테지만 저는 잡히기도 싫습니다. 이 결심은 곧 저의 불타는 의지이며, 어떤 면에선 내가 지고 있는 모든 책임이란 것에서 해방이 되는 것일테니까요.


--------------------------- 이 글을 쓰고 난 뒤 나는 곧 바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역시 여행만한 것이 없다.




2005/08/12 11:30 2005/08/12 11:30

Trackback Address >> http://www.zavak.com/trackback/11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