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치기 영차

from 쓰다 2008/02/11 16:50

2월5일 화요일 근무를 마치고 밤 12시 넘어 선배의 차를 얻어타고 고향 앞으로 출발~

오랜 시간 운전하는 선배의 노고에 대한 예의로 고속도로 위에서 내 절대 졸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건만 서너시간이 지나자 나는 입까지 헤~ 벌리고 잠이 들어버렸던 듯하다. 그래도 여리디 여린 팔에 퍼진 손톱 자국 및 새파란 멍 몇 망울을 보니 내가 아주 경우 없는 아해는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_-);;;;

요래조래 시간이 흐르고 마산 집 도착하니 2월6일  08시30분.  아침 일찍 현관문을 쿵쿵쿵 두드리자 놀란 울엄니 아부지는 버선발 아니 맨발로 문을 열어주시며 "이거 뭐꼬?" 하는 표정으로 부스스한 머리모양에 다크써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막내딸을 황당하다는 듯 맞아주신다.

"어젯밤에 출발한다꼬 전화라도 한 통 넣지. 하이구야, 아침부터 놀래라"
"으흐흐흐... 깜짝쇼~ 할라꼬 그랬지"
"밥은?"
"...끙.."
"머하노? 안올라 오고?"
"아빠~ 신발 좀 벳겨죠"
"신발을 와이리 불편한 걸 신었노?"
"춥다꼬 부츠 신었더니 벗기 힘들다이가"

영치기 영차~

"아이쿠야.. 하하하하...."
"히히히히히..."

몇 개월만에, 그것도 설 명절이라고 마주한 우리 부녀의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다. 나이 꽉찬 딸내미가 치마 입은 다리를 쭈욱 뻗은 채 뒤뚱거리며 서 있고, 그 막내딸 부츠 벗기느라 아침 댓바람부터 영차하고 힘 쓰시는 아부지라니... 나는 한쪽 손으로 현관 문고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벽을 짚고 서 있다가 결국 웃음보가 터지고야 만다.


"크크크 - 아빠, 한 발 더!"


- 2008. 02.06. 아침. 마산 집에서.

2008/02/11 16:50 2008/02/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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