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두살입니다.

from 쓰다 2008/02/26 01:05
저는 올해 서른 두살입니다. 얼마 전에도 말했듯이 보통의 인생 그 절반을 산 셈이군요.

세월 참 빠릅니다. 이 서른 둘의 딱 절반인 나이 때 서태지의 등장에 열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그보다 앞서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계모임까지 하고 있네요. 애기 엄마들이 많군요. 하핫.

사실 요즘 저의 근황 중 단연 으뜸은 갑작스레 내쫓기다시피 부랴부랴 이사를 해야 하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거참... 그 동안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생활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서도 불현듯 닥친 이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려니 서글프기도 하고, 암담하기도 하고... 쩝... 새삼 제 나이를 곱씹게 됩니다.

아휴, 벌써 서른 둘이라니요. 불과 몇 년 전인 스물 예닐곱 때만 해도 눈가 주름하며 피부 탄력 따윈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었어요. 집 한 칸 마련하려면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긁어 모으고, 개미 허리가 되도록 졸라 매야 된다는 어른들, 선배들 말은 후~하고 불어 반사시켜 버렸더랬죠. 그 뭐냐... 노후 문제요? 그것도 아주 까마득한 훗날 이야기라 여기며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꾹꾹 눌러버렸어요.

아하하핫~ 웬걸요. 이사를 할려치니 서울 하늘 아래 집이라는 것이... 옴마야!... 그것도 남의 집 잠시 빌려 사는 것인데도 입이 쩌억~하고 벌어지지 뭐예요. 어쩌다 택~도 없는 집 한 채 구경을 하였구나 싶어 다른 집을 알아보니 갈수록 더 가관입니다. 제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가 봐요.

당장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만고 득 될 것 없는 것에 퍼주기 등등에 쏟아붓고, 특히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탓에 여윳돈이  남아나질 않는 삶이었다고나 할까요. 지금도 위에 계모임한다는 유년시절의 친구님들께서는 저더러 "하고잽이"라며 핀잔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부릅니다. 그렇다고 배움에 도전한 것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몸에 익혔느냐? 것두 아니걸랑요. 발만 살짝 담그다 말아먹은 종목들도 있죠. 으으..부끄럽습니다. 참말로. 세상사람들 다 좋아하는 돈도 없고, 내 것이 된 유익한 것(기술이 됐든, 지식이 됐든, 지혜가 됐든)도 별반 없으니요.


그래 요것조것 계산기 두둥기고, 이 참에 과거를 반성하고 또 미래를 설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감을 잡아보는데 허허허 본인이 여기기에도 참 민망하고 불쌍한 아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다가 ... 한참을 곰곰이 ... 또 한참을 가만가만 생각하다 보니 옳다구나! 하고 번쩍 정신이 듭니다.

앞서서 지금이 인생의 절반 쯤 산거라고 했지요? 그럼 아직 반이 남은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도전해 볼만한 거죠. 암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알뜰살뜰 모으고 미래도 계획함시롱 살아야겠어요. 마음도 풍성하고, 당근 물질도 풍성하게 말이죠.

에혀.. 애써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죠. 뾰족한 수가 있나요~ 과거는 묻어두고 앞으로 잘 해 볼랍니다. 으쌰으쌰~ 마음만은 벌써 부자가 된 것 같군요. 흐흐...(이렇게 단순할 수가..)


저는 올해 서른 두살입니다.
벌써 서른 두살이 아니라, 이제 서른 두살이라구요.


- 2008. 02. 25. 반성문. 구멍난 잔고와 허한 마음을 달래며.... 아흑!


2008/02/26 01:05 2008/02/26 01:05

Trackback Address >> http://www.zavak.com/trackback/17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너바나나 2008/02/29 14: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요즘 집 쫓겨나게 생겨서리 요 것 때문에 골치구만요~
    욕심 부리지 말고 걍 맘 편하게 사는 거이 최고 같심다.

    • 자박 2008/02/29 16:16  address  modify / delete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그저 돈불리기의 수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어서, 자기 위안으로 욕심없이 그냥저냥 전세로 평생 살까 했는데 전셋값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무서버서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이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