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에게

from 읽다 2008/03/06 22:06

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다
어둠과 어둠 속으로만 떠돌던 나를
그래도 절뚝거리며 따라와주어서 고맙다
나 대신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 일과
나 대신 군홧발에 짓이겨진 일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가정법원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너 혼자 울면서 재판 받게 한 일 또한 미안하지만
이제 등에 진 짐은 다 버리고
신발도 지갑마저도 다 던져버리고
가볍게 길을 떠나라
그동안 너는 밥값도 내지 않고 내 밥을 먹었으나
이제 와서 내가 밥값는 받아서 무엇하겠니
굳이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뒤돌아서서 손 흔들지 말고
가라
인간이 사는 곳보다
새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어린 나뭇가지에서 어린 나뭇가지로 날아다니는
한마리 새의 그림자가 돼라

- 정호승/ 내 그림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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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 그림자에게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는 건 어때?"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그래... 내 그림자가 더 손해겠지?
후우~


2008/03/06 22:06 2008/03/0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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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바나나 2008/03/12 15: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예전에 지가 올렸던 그림자라는 만화가 생각나구만요!

    • 자박 2008/03/12 17:34  address  modify / delete

      10여년 전, 아주아주 늦은 밤에 귀가길...
      골목길을 돌 때 갑작스런 검은 인기척에 어찌나 놀랬는지.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냅다 뛰다 보니 고거이 제 그림자였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