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넘어 전화를 했다.
"도착했어요. 지금 터미널에서 나가요."
"안그래도 올 때 쯤 됐길래 전화했더니 와그리 안받드노? 나가 볼라 했는데."
"아, 전화기 가방에 있어서 몰랐네. 그리고 걸어가면 금방인데 나오긴요 바람도 찬데. 슬슬 혼자서 걸어 갈게요."
"알았다. 조심해서 온나."
불꺼진 상점들을 끼고 가로등만 드문드문 켜진 도로변을 따라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낯이 익은 팔자 걸음의 한 사내가 보인다.
"뭣하러 나옵니꺼.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내 혼자..."
슬며시 팔짱을 끼며 무뚝뚝한, 그래도 나름대로의 애교를 부려 본다.
"고마, 잠도 안 오고... 바람 좀 씨는 기지 뭐"
"엄마는?"
"잔다. 이 시간이면 한밤 중 아이가."
...(도란도란) ...
늦은 밤 먼 데서 오는 막내딸의 귀향이 걱정 되셨나 보다.
아버지는 자동차가 없다.
파릇한 바람이 부는 그 밤에 걸어서 마중을 나오셨다.
- 2008.05.09. 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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