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명동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게는 연중행사와 다름 없는 우연한 방문이었는데 엄청난 사람들에 입이 떡~벌어졌다. 정말이다. 나도 모르게 "우아... 사람들 좀 봐" 하고 내뱉고 말았으니. 저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활기차 보이는 그들은 참으로 눈부셨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많은 대화들을 나누며 서로를 보고 웃기도 놀라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쉴새 없이 걷고 있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그 수많은 사람들에 주눅이 들어 나는 황급히 볼 일을 보고 간단한 쇼핑을 끝내고 청계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동을 떠나 청계천으로 가는 짧은 길에 나는 또다른 무리들을 보았는데 커다란 건물 앞 조경으로 꾸민 화단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꼼짝 없이 누워있기만 했다. 멀리서 처음 봤을 때도 작은 움직임 하나 없이 하늘만 보고 있었고, 가까이서 옆을 지나갈 때에도 그들은 말없이 누워있기만 했다. 그들은 철이 지난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오랫동안 손질이 되지 않았으며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말한마디 나누질 않았다. 그들은 그저 누워있기만 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어느 큰 건물앞의 잔디 위에.
예쁘고 단정한 차림새의 젊은 여성이 또각또각 걸어오다 그들 옆을 지날 때 갑자기 뜀박질을 하더니 건물 저 끄트머리를 지날 때에 다시금 얌전하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길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길을 잃은 사람들...
-2008.05.23. 서울 명동.을지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