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보니

from 쓰다 2008/06/08 18:42

6월4일밤. 현충일부터 시작하는 사흘 연휴를 앞두고 지리산으로 갈 채비를 하다가 왼쪽 손을 칼로 긋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나도 어벙벙했더랬다.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부메랑 모양으로 1cm 남짓 상처가 났는데, 아픈 것은 둘째치고 아주 빠른 속도로 솟아오르는 새빨간 피를 보면서도 몇 초간 넋을 잃고 있었던 나를 지금에서야 기억한다. 손가락 위에서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는 그 핏망울이 바지 위로 발등 위로 방바닥으로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 나는 부랴부랴 면 손수건을 찾아 지혈을 했다. 아마 이때 나는 외롭다는 생각에 잠시 멈칫 했던 것 같다.

상처부위를 손수건으로 덮어 오른손으로 꾸욱 누르기를 한참 어느정도 피가 멎은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짐을 일단 다 꾸려놓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손수건으로 상처부위 언저리를 최대한 야무지게 동여메었다. 고약할 지도 모를 잠자리 버릇 탓에 상처가 까지고 더 패이고 여럿 이물질에 오염이 될 것을 막을 요량으로. 그런데 잠결에 조금 아팠던 듯하다. 꿈인지 생시인지 스스로가 앓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이튿날, 출근 후 인근 정형외과로 갔는데 내 생각에는 가벼웁게~소독하고, 주사 한 대 맞고, 약 좀 바르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는지 4바늘이나 꿰매는 것이다. 호들갑스럽게 주사도 2방이나 맞고 여차저차 치료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지리산행은 텄구나 싶었다. 오후가 되자 마취가 풀리는지 욱신욱신 하는 것이 아주 죽겠더만. 소독하러 꼭 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덧날지도 모른다는 병원측의 위협에 금요일도 병원, 토요일도 병원.. 아주 병원을 들락거리다 별 특징없는 연휴를 보내고야 말았다. 억울해 죽겠다.

물도 들어가면 안된다 하여 대충대충 씻고 두문불출 집에서 며칠을 뒹굴거리다 보니 갑갑하기는 물론 생활 자체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약값까지 해서 8만원이니 돈도 무지 아깝다. 게다가 다른 것도 못하게 대부분의 연휴 시간을 죽여버리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증이 느껴지니 책을 읽는 것도 짜증이요, TV보는 것도 어지간해야... 현충일 저녁 한강으로 산책나갔다 온 게 연휴의 전부이니 아주 죽을 맛이다.

그나마 이제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어 분통 터지는 일기라도 써 두어야야겠구나 하고 끄적이긴 했는데 뭔 횡설수설이냐. -0-;



그런데, 솔직한 심정은 이제부터다. 앞서 쓴 불편하고 아까운 것들? 별 거 아니다. 저런 건 다 참을 수 있다. 가장 속상한 건 혼자라는 것이다. 아프지마라 위로해준다 한들 모두 남이다. 그냥그냥 인사들일 뿐. 아흑, 서글프다.

이런 상처 중에 술이라도 잡수면 덧나려나... 비도 오고... 아주 외로움에 치가 떨리는구만.  


2008/06/08 18:42 2008/06/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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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江湖人 2008/06/09 22: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플 때 혼자라는 것...슬프죠. 그것도 많이요...ㅠ.ㅠ
    (항상 '더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을 위로로 삼으시라'는 뻔~한 멘트와 함께...)
    오늘쯤 실밥은 빼셨는지요.

    • 자박 2008/06/10 01:55  address  modify / delete

      생각보다 굉장히 서글픈데요~ ㅎㅎ
      실밥은 의사쌤 말로는 위치가 요상하여 열흘 쯤 걸린다하니 이번주말이나 다음주 초에나 뽑을 듯합니다. ^^;
      그나저나 오늘 거하게 한 잔하고 들어왔는데... 하핫, 덧나지나 않을는지 걱정이네요. 술동무들 말로는 끄덕없다해서 마시긴 했는데 말이죠. ^^;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