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소고기 이야기

from 쓰다 2008/07/01 11:31

따르릉~

"어무이~ 오늘부터 소고기는 먹지 마세요."
"갑자기 전화해서 뭔 소리고?"
"오늘부터는 절대로 소고기 먹지 말고, 생선이나 두부 요런 거 많이 드세요. 알았지요?"
"호호호. 알았다. 딸이 묵지 말라는데 안묵을란다."
"조미료 이런 것도 잘 살펴보고예."
"그래그래"


따르릉~

"아빠, 오늘부터 소고기는 절대로 묵지 마이소."
"그 말 할라꼬 전화했디나?"
"우리 식구들은 소고기 안좋아해서 다행스럽긴 해도, 함부래 밖에 나가서도 잡숫지 마이소."
"우리가 알아서 무끼다. 암 걱정 하지마라."(안먹는다는 말이 아니라 먹어도 괜찮다의 늬앙스...헉!)
"안된다. 무몬 안된다. 절대로.. 알았지예?"
(귀찮다는 듯이) "알았다. 알았다. 묵고 싶어도 소고기 사 물 돈도 읎다. 니나 촛불집회 요런 데 우~몰려다니지 말고, 몸조심 해라. 알았나?"
"그런 데 가도 괜찮다. 몇 사람들이 흥분해 가꼬 좀 거친기고, 또 경찰이 막 힘으로.., 여튼 보통 사람들은 고마 촛불만 들고 있다아이가. 재협상해서 좋은 고기 들이라고"
"시끄럽다. 니가 안 해도 딴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한다. 함부래 나서가 돌아댕기지 말아라. 알았제!"
"알았어요. 소고기 싸다고 막 먹으면 절대 안됩니더~"
"오야."


따르릉~

"오빠야~ 내다. 소고기 말고 딴 거 잘 챙겨무라..."
"알았다."
(어쩌구 저쩌구)


따르릉~

"언니야, 미국 소고기 무몬 안된다."
"니 말 안해도 벌써 식단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내가 지방에 있어서 글치... 아놔, 내가 서울에 있었으면 나도 집회마다 참석할 낀데..."
(어쩌구 저쩌구)



-------------------- 가족모두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전화 한 통으로, 또 한 끼 식단에서 소고기를 빼는 것으로 해결이 안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유난스럽고 많이 극성스러워보인다 해도 나는 그저 앞으로도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
아버지의 말 "소고기 사 묵을 돈도 없다." 그렇다. 우리는 서민이다. 끼니 챙겨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옳다구나! 높은 양반들은 보란 듯이 돈 없는 서민을 위해서 값싼 소고기를 들이는 거라 하겠지. 아, 시퐁. 그럼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줘야 할 것 아니냐. 옘병할.


- 2008.06.30 퇴근 길.

2008/07/01 11:31 2008/07/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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