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집 밖에서 누군가가 괴로워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창문으로 살짝 내려다 보니 집 앞에 웬 사내가 쓰러져 있다.
신발 2짝은 모두 벗겨져 있고 엎드린 채 연신 괴로운 신음만 내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신 듯하여 속앓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잠잠히 또 차가운 바닥에 뻗어버리고 말았다.
H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여기 어디 어디입니다. 골목길에 한 남자분이 쓰러져 있는데, 날씨도 차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안될....;;"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앞집에서 아저씨 한 분이 나왔다.
길에 누운 사람을 일으키거나 집이 어딘지를 물어보려나 하고 주의깊게 보고있는데 가만히 서서 뒷짐만 지고 있다.
음... 보통은 정신을 깨워 집에 돌려보내려 하지 않나...?
H와 나는 앞집 아저씨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한 채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무턱대고 내려가기엔 솔직히 나도 H도 겁이나긴 했으니... 쩝.
신고 후 10여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다.
"신고하셨습니까?"
경찰이 앞 집 아저씨한테 물었다.
"아니요. 하도 시끄러워서 자다가 깨서 나왔습니다."
"학생 집이 어디야? 어디? 인천? 자, 신발 신고 일어나봐."
H와 나는 신고자인 우리가 내려가야겠지? 하고 잠시 망설이는데 곧 사내가 일어나고 경찰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상황종료...
--------------------- 깊은 밤 뜬금없는 괴성에 놀라기도 시끄럽기도 했던 건 사실이지만 H와 나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 사내가 걱정이 되어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선뜻 누구 한 명 나와 보지도 않고 그나마 한참을 지나서야 나온 이웃이 멀찌감치 서서 뒷짐만 지고 방관한 채 경찰의 물음에 그저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어서 나와봤다"라고 내뱉는 무성의한 한마디가 왜 이리 차갑게만 느껴지는 걸까.
... 씁쓸하다.
-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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