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히 한 세기면

from 읽다 2008/11/13 18:37

잠시 순간이면 먹구름도 걷힐 것을
한나절이면 비도 멎고
지그시 한철이면 장마는 물러갈 것을

봄, 먼 산마루 눈도 녹아 내렸듯이
때가 오면 절벽이 무너지고
사슬도 매듭도 풀릴 것을

넉넉히 넉넉히 한 세기면
우리의 일들은 끝나는 것을

그러나 어쩌리 지금 이순간
나의 몫
나는 눈물 흘리며 아파야 하고
땀 흘려 일해야 하고
피 흘리며 이겨야 하고
살 태워 사랑해야 하리니.


- 임성숙/ 넉넉히 한 세기면(1985) / 시집 '여덟 개의 변주곡' 가운데 (1995)



------------------ 서울 지하철 3호선 교대역(수서방면) 스크린 도어에 새겨져 있다. 한 달에 서너번 이상을 꼭 그 자리에 서서 읽는다. 오늘 낮에도 그곳에서 읽다가 언제든지 쉽게 보려고 옮겨 둔다.

그리고 나는 한 세기 안에 끝날 나의 몫에 이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2008/11/13 18:37 2008/11/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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