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싫어요.

from 쓰다 2007/04/16 14:15
토요일,
같이 사는 H양이 본가로 내려가고 주말을 혼자 보내게 되었는데 오후 쯤 나는 장보기 겸 공원산책이나 할까 하고 길을 나섰다. 사뿐히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는데 전혀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여기며 잠금고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풀고난 뒤 다시 한 번 문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은 굳게 닫힌 채 철컥철컥 쇳소리만 울려댔다.


더럭 겁이 났다. 낮에 잠깐 누군가 말 없이 문을 두드리기에 대꾸없이(택배 올 일도 없었으므로) 무시했었는데, 그 누군가가 해코지라도 한 모양인가 싶기도 하고, 문잠금 장치가 갑작스레 고장이 났나 싶기도 하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나름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는 다음날 저녁 늦게나 되어야 올텐데... 쩝.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막아놨던 현관문 유리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현관문 옆으로 세워뒀던 기다란 방충망이 바람때문에 현관을 가로막고 섰다.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이 아예 열리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땐 현관 앞 복도에 제대로 널브러져 있었나보다.


순간 방 창문을 통해 걷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문을 열어봤으나 창문 또한 단단한 방범창과 방충망으로 막혀 있어 손을 밖으로 내밀 수가 없었다. 다음은 관리실 연락.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으나 꽝이었다. 이제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웃집 아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아는 연락처도 없다. 정 방법이 없으면 119에라도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 아닌 일에 119 부르는 사람 흉 본 적이 많았는데 내가 그렇다 여기니 한심하기도 하고 성급한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119를 떠올린 생각은 이내 떨쳐 버렸다.


조금식 간격을 두고 몇 차례 관리실에 연락을 했더니 결국 연결이 됐다. 관리아저씨가 친절히 문을 열어주셨고 방범창 관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셔서 바람에 넘어가지 않도록 미봉책으로나마 손질을 해뒀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한 달이라도 거뜬히 집에서 꼼짝 않고 지낼 수 있어' 라고 장담한 적이 있었는데 밖에 나가지 않아도 또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먹거리만 있다면 외부단절하고 집에 한 달 정도는 틀어박혀 지낼 수 있다는  잘난 척이었던 듯하다. 아마 몇 해 전일테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이번 일은 본의 아니게 갇혀버린 경우라서 걱정이 되고 조바심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혼자서 지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경험한 것은 사실이다. 언제든 내가 원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도 그 유통기한은 길어야 고작 사흘 정도일까 그 이 상은 아닐 것 같다.  하루라도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또 말한마디 주고 받지 않는다면 무척 서운해지리라.


최근 이 핑계 저 핑계로 바깥 출입을 마다했는데 다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겠다. 자, 밖으로 나가자!

2007/04/16 14:15 2007/04/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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