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뭐래요?

from 쓰다 2009/01/19 22:43
이쯤이면 학생들은 겨울 방학이라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학기 보다 더 바빠 보인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승합차 안에는 늘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스쳐지나가는 학원 승합차,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느라 서 있는 학원 버스 안에는 안경 낀 무표정의 학생들이 앉아있다. 옆자리의 다른 아이와 수다는 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서리 낀 창문 밖을 심드렁하게 보고만 있다. 아침 9시도 안 된 그 시각에 말이다.

내 어릴 때 공부 안 한 것을 누워 침 뱉기 식으로 떠벌릴 생각은 없으나 돌이켜 보면 나는 방학 때 만큼은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물론 학기 중에도 공부하고는 안 친했;;;) 어쨌든 남자 아이들처럼 옷에 흙먼지 묻히며 밖에서 뒹굴지는 않더라도 친구들과 방학숙제도 같이 하고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빨리 저무는 겨울해를 야속해 했다. 헤어질 땐 내일 또 보자는 당연한 인사를 던지면서 말이다. 사나흘에 한 번씩은  저녁 밥 때나 되어 들어 온다고 엄마한테 타박도 엄청 들었었다. 엄마의 불호령도 무서워하지 않을 만큼 무엇이 그렇게도 즐거웠을까. 별 일 아니었을 것만 같은데 지금 당장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정말 싱거운 일이었을 테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이 전부라 여겼겠지만.

다시 돌아와서, 아침의 그 휑하게 서리 낀 학원 버스 속의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직장 선배들 아이의 겨울방학나기를 넌지시 들어보면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눈 뜨자 마자 학원, 또 학원, 또 학원이다. 애를 잡는구나 싶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얄밉지 않게 살짝 농을 치면 나더러 시집가서 애 낳아보라는 뻔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웬만해서는 입다물고 있는 편이 나을 정도다. 하기야 친한 친구들도 벌써부터 교육열에 불타 오르는 것을 지켜보면 나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들의 열성에 간혹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으니 결혼해서 애 낳기 전에는 나도 모를 일이다. 허허.

그래도!! 이 글을 쓰는 지금 만큼은 나는 저리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나. 더불어 여행을 많이 하고 자연과 친해지는 것이 최우선이 아닐까 싶다. 


------------ 출근길 학원 가는 아이들을 보다가 아직 낳지도 않은 내 아이 방학에까지 생각이 미쳤구나. 너무 앞서가는구먼... 쩝;;;; ^^;;



2009/01/19 22:43 2009/01/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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