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버스표

from 쓰다 2010/05/26 01:30

"앗, 내일 서울 가는 차 시간표를 모르겠네."

"차 많을 낀데... 몇 십분만에 한 대씩 있다. 걱정마라. 그라고 평일이다이가."

"아니, 우등버스는 비싸니까 일반버스 탈라꼬. 내는 몸이 작아서 안 불편하거든."

"하기사... 만원이나 차이나제?"

"응, 하루에 몇 차례 없잖아. 아침 8시 즈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에이, 확인한다는 걸 잊아뿟네."

"일찍 가야되제?"

"음.. 내일 아침 밥 먹고 바로 갈란다. 8시 정도 맞을끼야. 시간 안 맞음 터미널에서 조금 기다리지 뭐. 고마 자자."

"오야, 잘 자래이."


(아침)


"막내, 일나라. 시간 없다. 늦을라. 퍼뜩 밥 무라."

"응? 몇 신데? 좀만 더 자자."

"아나, 자~ 받아라. 7시 40분 표다. 일반버스."

"에엥? 이거 뭔데요? 어디서 났노?"

"아침에 아빠가 터미널 갔다왔다."

"뭐한다꼬... 그냥 가면 되는데..."

"니 8시 생각했제? 그라믄 놓쳤을 끼라. 7시 40분 다음에 12시나 되야 있더라."

"에헤~ 그라믄 그냥 우등 타고 가면 되지 뭐."

"좀 더 아낄 수 있는데 뭔다꼬 낭비하노. 오토바이 타고 금방 갔다왔다. 가깝다이가. 어서 씻고 밥 무라"

".................."


아버지는 돈 만원 아낀다고 그 새벽에 터미널 가서 일반버스 표를 사왔다. 그리고 고양이 세수와  밥 먹을 시간만 남겨 놓고 아빠와 엄마는 나를 깨웠다.

후다닥 현관을 나서는데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터미널까지 태워주신다 하셨다. 낡고 조그만 오토바이다. 나는 뒷자리에 올라타고 아버지를 안았다. 아버지 몸이 작게 느껴졌다. 커다랗게만 여겨졌던 아버지라는 커다란 산이 오늘은 내 품에 쏘옥 들어올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거참, 살살 댕기이소. 시간 아직 남았다이가. 함부래 평소에도 천천히 댕기고, 헬맷 꼭 챙겨 쓰고요."

"오야 오야, 걱정 마라. 내 걱정은 마라."

쾌활하게 대답한 아버지는 속력을 조금 더 내는 듯하였다. 나는 잠바 속에 넣었던 버스표가 행여 바람에 날아갈까 걱정이 되었다.




2010/05/26 01:30 2010/05/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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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江湖人 2010/05/26 1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많이요. ^.^

    • 자박 2010/05/28 01:08  address  modify / delete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逍遙遊 가족 분들 모두 건강하시죠?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 가족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효도는 잘 못해드리더라도 걱정은 안 끼쳐드려야 하는데... 제가 요즘 영~ 엉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