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때문에

from 쓰다 2010/07/27 00:27
아침, 투두둑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아뿔싸, 지각이다. 후다닥 출근 채비를 마친 뒤 신발을 신었다. 아, 컨버스화. 천으로 만들어서 빗물에 젖을 테고 굽이 낮아서 바지 밑단 역시 추적거리겠지. 그래, 도톰한 운동화를 신자.

역에 다다랐을 즈음 오른쪽 발바닥 앞이 촉촉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빗물이 스민듯한 찝찝한 기분이 든다. 오른발을 들어 신발을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터진 곳이라곤 없다. 웅덩이를 디디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집으로 돌아가서 신발을 갈아신기에는 귀찮기도 하거니와 많이 늦었다.

일터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신발을 살펴보았다. 이런, 신발 밑이 쩌억-하고 갈라져 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바닥 한가운데가 터져 있었다. 나름 밑창이 도톰한 신발인데 이상도 하여라. 그나저나 왜 몰랐을까. 흠, 맑은 날에만 신어서 여태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참 오래되긴 했다. 아끼는 만큼 즐겨 신었던 탓에 닳았던 발뒤꿈치 부분을 고무를 덧대어 신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돈 아끼느라 고쳐신었다기 보다는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이라 쉽게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구, 이제는 인사를 해야 할 땐가 보다.

낡은 운동화 하나 버리면서 무슨 감상이겠냐마는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보다는 궁상맞다는 얘기를 더 하고 싶다. 이 나이에 비 오는 날 운동화를 신었는데, 그게 구멍이 뻥 뚫린 지도 모르고 양말까지 젖어 출근을 하고, 뒤늦게 알고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던 것이 속상하고 우울하다. 처량하다. 서글프다.

내 다 떨어진 운동화, 내가 참 아끼던 운동화는 쓰레기통으로 간다. 아쉬울 것도 미련도 없다. 내 처량한 신세까지 몽땅 갖고 가뿌라. (~-_-)~


- 출근하자마자 의자에 걸터 앉아 한쪽 신발만 벗어 뒤집어 든 채 바닥이 쩌억- 갈라져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꼴이라니. 젖은 양말만큼 마음도 젖고 나는 울음이 터질랑 말랑 그랬느니라.  2010.7.26.


2010/07/27 00:27 2010/07/27 00:27

Trackback Address >> http://www.zavak.com/trackback/40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황정인 2010/08/17 22: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야~~ 울음이 터질랑 말랑까지 했단 말이가.... 에그그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