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from 쓰다 2011/08/11 00:41
H의 어머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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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사는 어머니는 서울 사는 딸 H 집에 얼굴도 볼 겸 며칠 쉬었다 내려갈 마음으로 올라오셨다. 그러던 어느날 H는 아침 일찍 직장에 가고 없고 어머니는 종일 심심도 하여 동네 시장이라도 돌아볼 요량으로 외출을 하셨다. 강남 주택가긴 해도 큰 시장도 있고 여기저기 볼거리가 더러 있는 동네라 한바퀴 휘-이 둘러보셨다. 그러던중 행색이 초라한 총각 둘이 사람 오가는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이를 이상하기도 하고 모습이 짠하기도 해서 이 화끈한 경상도 아지매는 그 둘을 근처 커피 전문점에 데리고 가 빵을 사먹이셨다.

빵을 먹으면서 그 총각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를 아십니까?' 류 였던 것이다. 평생 '도를 아십니까?' 전도사들에게 잡혀 본 적도, 이야기도 들어본 적도 없던 어머니는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이야기를 다 받아주셨다. 강원도 산골 어디메에서 수련을 하였고 서울에서는 OO대학교 인근에 제를 모시고 있으니 같이 가서 축원(?)을 빌자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어머니는 살짝 요상타 여기어 오늘은 딸도 없고 내일 저녁 딸이랑 같이 가보겠다 둘러대셨다. 그랬더니 그들은 한사코 오늘 잠시 가서 과일 몇 가지만 올리고 제사를 지내자고 졸랐다. 어머니가 그제서야 아차 싶으셨다. "내가 절에서 한참 살다 온 사람이요. 내가 더 많이 안 알겠나. 됐심미더." 하고 거절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오셨다.


------ 2011.8. 무덥던 여름. 서울 논현.

더운 날씨에 젊은이들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기운 없어 보이길래 선심을 썼는데 내용을 알고나니 조금 씁쓸하셨겠구나 싶다. H 어머니는 실제로 절에서 공양을 꽤 하신 분이다. 심지어 H 생일은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날이다. ^^;

사실 핵심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길도 잘 모르는 서울에서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들이 배곯이하는 듯 보여 스스럼없이 빵을 사주시다니. 한없이 넓고 정(情)이 넘치는 그 마음이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현대인들이여, 정(情)을 아십니까?"



2011/08/11 00:41 2011/08/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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