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집중력

from 쓰다 2005/03/14 13:36

저혈압이란다.  하루에도 뚜껑이 열두번이나 넘게 열리는 일상인데 이 무슨 생뚱 맞은 소리냐. 분명코 오진이길 바라며 나는 나의 혈기왕성함을 과시하려 초로의 의사 앞에서 평소의 몇 배나 큼직한 웃음소리를 애써 내어보였다. 흔히들 말하는 이등병의 그 기합 든 어깨 모양을 한 채로 말이다.

결국에, 지금 나는 한약을 한움큼 털어마신 후 책상머리에 앉아있다. 당분간은 저 쓰디 쓴 놈을 울컥울컥 마셔야할 것이다. 울엄니, 아부지도 못 드시는 그 비싼 것을 어린 놈이 마셔야 하다니 울컥하고 울화가 치민다.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되려 홧병을 돋구는 촉매제로 쓰일까 싶어 더욱더 쓴 맛이 난다.

여하튼, 저혈압으로 인한 혈액불순환은 신경을 날카롭게 하며, 짜증을 돋우고, 수면을 방해하고, 어지럼증을 유발하며, 집중력과 기억력을 감퇴한다 하더라.

사실 요즘들어 나는 신경이 많이 예민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내가 바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신경이 날카롭다보니 어느 한 곳에 집중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주 앉은 상사의 끊이지 않는 콧노래 소리는 더이상 예전의 상쾌한 휘파람이 아니다. 기어이 나의 신경은 여기저기 쓰잘 데 없는 곳까지 참견하고 나선 것이다. (중증인가.. -.-;;)

나는 집중력을 사모한다. 내가 바라는 이 놀라운 집중력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과 진입, 그리고 안락들을 제공해 줄 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지금과는 상반되는 단순한 신경의 편안함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되어도 좋다. 나는 지금 복잡한 것보다는 어느 한가지에 집중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경이롭고 놀라운 집중력을 갖고 싶다.

2005/03/14 13:36 2005/03/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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