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잉, 막내야 이 밤 늦게 우짠 일이고?" 현관문을 여는 어머니 눈이 동그래진다. "고마... 어무이, 아부지도 보고싶고.. 결혼한 친구 집들이도 있고.." 금요일 밤 11시가 못 되어 마산에 도착한 나는 어머니의 놀란 인사에 말 끝을 흐린 채 대답을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얼마 전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았던 부녀지간의 대화를 떠올리며 어머니 뒤켠에서 나를 바라 보시는 아버지께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저 왔심미더" "어... 왔나? 저녁은?" "내려오다 휴게소에서 대충 때웠심더" "피곤할낀데, 어서 씻고 푹 자라" "예... 편안하시지요? "오냐... 자라" (경상도 사람 아니랄까봐 무뚝뚝하시기는) 찰나의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나는 삐죽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얼마 뒤 자정이 넘은 시각, 내 방에서 나와 어머니는 누가 들을새라 이 더운 여름밤에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공통의 한 남자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며칠 전 나와 아버지와의 언쟁 아니 솔직히 나의 일방적인 몰아부침에 대한 내막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머니는 예의 싱글생글 웃음으로 남편 편을 들었다 막내딸 편을 들었다 하신다. 나는 나의 나빴던(객관적으로) 행동들이 정당방위(적어도 내 입장에서는)였음을 호소라도 하듯 내지는 어머니로 하여금 최소한의 동의한다는 인정이라도 받아내려는 듯 목소리에 고저의 화음을 넣어가며 열을 올린다. 거참, 그래도 어머니는 마냥 웃으시기만 하시네. 내가 맞소. 내 편을 들어주십사 하던 나의 유세도 어머니의 그 웃음 때문에 결국 맥이 빠지고 만다. 밤은 깊어 그냥저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나는 차츰차츰 얼굴이 빨개져 옴을 느낀다. '아, 어머니...' 어머니의 생활이야기가 내게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한 사람이 퉁하면 한 사람은 토닥토닥 해야 한대이... 같이 흥분하고, 목소리가 높아지면 결국에는 싸움이 되고 둘 모두한테 손해가 가는 기라. 그럴 땐 아,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고 해야지 무조건 내가 옳다고 하면 안된다... 한 숨 돌리고 찬찬히 생각해도 안늦는다. 누가 잡으러 오나.." "사람은 항상 아래를 볼 줄 알아야 한대이. 꿈을 갖고 위를 바라보는 건 좋지만 내 주위, 내보다 몬한 사람들을 잘 챙기고 도와주야 안되나. 그리고 내보다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내가 힘든 건 암 것도 아이네. 별 거 아이다!..하고 잊아뿌고 기운을 내야되지. 안글나?"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 마음을 아는 기라. 마이 가진 사람들은 잘 베풀 줄 모른다. 지가 안 겪어봤으이 당연히 모르제. 없이 살아 본 사람들은 힘든 것도 알고, 또 남 힘들 것도 알고 도와주는 기라. 뭐 그렇다고 있는 사람들이 다 인정머리 없다는 기 아이고.. 우리 가진 것 없어도 남한테 미운짓 안하고 남들 도와가매 그렇게 살아야 된다 이기라." "내는 돈 많다캐도 아파트 싫다. 그 쇠문 하나 닫아삐믄 그만 아이가. 옆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일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반 주택은 옆집 아지매, 할매, 할배, 오고가며 뭔 일 없나 하고 디다도 보고 음식도 나나 묵고.. 얼매나 좋노.." .... 이러다 날 새겠다며 주무시러 일어나시는 어머니 등에다 손을 올려 살째기 안마를 해드리니 "야야, 내 아직 안마 받을 나이 아이다. 얼마나 쌩쌩한데.. 이불 잘 덮고 자라." 하신다. 불을 끄고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안방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모녀간에 더븐데 문잠그고 무슨 이바구를 그리 하노? 내 흉봤디나" "우찌 알았습니꺼? 당신 흉 안봤습니꺼~ 깔깔깔" "허허허" 나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올라오는 날, 아버지 손에 얼마 안되는 돈을 쥐어주며 "용돈이나 하이소" "됐다. 니 뭔 돈이 있다고. 차비도 마이 나올낀데." "보너스 달입니더. 괜찮다. 많지도 않다. 내 갑니더" 하고, 후다닥 대문간으로 뛰어 뒤돌아보니 아버지 등 뒤에서 어머니가 내게 한쪽 눈을 징끗 감으신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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