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일 맑다가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렸다. 늦은 귀가길. 다행이도 나는 우산이 있었기에 걱정 없이 그냥 그대로 무덤덤하게 집으로 향했다. 동네 지하철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저 멀리 계단 위로 비는 여전히 얄밉게 추적거리고 있었고, 우산이 없는 이들의 발걸음은 매우 빨라졌다. 하지만, 든든한 우산이 있는 나는 이어폰 속 음악과 박자를 맞추기라도 하듯 착착~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아니, 오르다가 다시 내려가 물었다. 계단 끝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어디까지 가세요? "저기 6단지.. 아니야, 우리 아들이 곧 올거야. 전화 했어" "아.. 그러세요" "여하튼 고마워요. 아가씨" "아 예.. 저 먼저 갈게요."(꾸벅) 괜히 멋쩍어진 나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 것도 잊고 우산을 그.래.도. 자랑스럽게 펼치며 계단을 올랐다. 우산으로 머리를 덮은 채 정상에 다 올랐을까 계단 아래서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자식아, 우산을 하나만 쓰고 오면 어째? 나는 어쩌라고?" "아잉~ 하나면 됐지 뭐, 요렇게 엄마랑 딱 붙어서 같이 쓰면 되는 걸~" 아주머니의 아들이 마중을 나왔겠구나 싶었다. 나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귀염성 있는 아들이 엄마의 허리를 꼭 안고 다정하게 내 뒤를 따라 올라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거참... 가을이 포근해지네... 봄도 아니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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